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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0일 수업일지 - 자발적 최선으로

작성자
likook
작성일
2020-11-13 12:49
조회
1148


‘최선을 다하라.’ 라는 말은 당연한 말이나

어릴 때부터 들어온 식상한 말이고

타인이나 타의에 의해 들려진 말이라면 모범생을 강요하는 듯 한 부담스러운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자의에 의해 최선을 다 한 경우에는 뿌듯한 성취감과 자부심이 가득 차오르는 즐거움을 부르는 이중성을 가진 말이다.



흡사 주부들에게 부담스럽던 김장, 그 김장을 가족사랑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마친 후, 김치 냉장고에 가득 찬 김장에다 다른 집도 나눌 수 있는 여유분 김장도 있고 그 날 저녁 막 무친 배추겉절이를 가족이 둥그렇게 모여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식사 하는 모습을 보는 주부는, 비록 온몸이 욱신거리는 피곤함이 있어도 뿌듯하게 차오르는 행복감이 더 있을 것이다.

스스로 다짐한 운동 약속을 최선을 다 해 마친 다음이라든가,

현역 시절 난해한 직장 프로젝트를 최선을 다 해 성공으로 완수 했을 때의 감정도 비슷할 것이다.



오늘

우리 합창 연습시간이 그랬다.

빡빡한 타임스케줄에다, 만만치 않은 곡들. 동서양 장르를 담은 여러 곡, 또 그것을 고 퀄리티로 연마 하는 과정은 쉽지 않은 연습시간이었으나

가르치는 이도 최선을 다하고

조금은 벅찬 분량이지만 배우는 단원들도 몰입하고 집중하며 최선을 다 했다.

자발적인 최선....자청한 최선....

연습 마칠 때에는 여기저기서 ‘아이구, 이휴, 에구구, 휴우~~...’ 소리가 들려왔지만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운 모두들 마음에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가득 찬 만추계절의 행복 타임 이었다.



오늘, 여전한 설레임으로 들어선 연습실...

미리 일찍 온 단원들이 수십 개의 의자와 보면대를 정성껏 준비해 놓고 있다. 입구부터 감사한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나 둘 씩 들어서는 단원들...매 주 봐도 반갑다. 마스크를 쓴 채로의 인사이지만 마음으로 눈빛으로 반가움이 다 통하고 있다.



부총무님의 광고...

본인의 실수담을 예시 하며 광고를 하시는데 익살스러우면서도 이해도 되고 묘한 설득도 된다. ^^

장은영님이 범사에 감사함으로 간식을 내셨다. 더욱 감사 할 일이 가득차기를 바라며 감사의 박수를 하는데...

다음 간식 지원자 모집에 서로 손들게 된다. 조계영님은 12월 초 간식 까지 예약 하시고 ^^



부총무님의 광고에 묘하게 중독 되어간다.



다음 연습은 화요일이 아니라 수요일 2시30분이다.(1시부터는 신입 오디션...)

오늘 그동안 개인 연주일정 관련으로 오랜만에 나오신 양원섭님,

가정의 애경사를 잘 넘어서시고 참석하신 박현란님,

경황없는 입시철이라 지난 주 부득불 불참하셨던 반주자님 모두모두 반갑다.



70 후반 80 대의 청춘?나이 이심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뚜벅이로 참석하시는

배용자님 조석영님 박찬열님 남종영님 최규용님 이영현님 등은 언제 보아도 건강이 부럽고 열정이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비바 청춘!^^



 

소프라노와 알토파트는 전원 출석이라며 남자 단원들에게 으쓱댄다.

으쓱 거릴 만 하다. ^^



 

오늘 배운 노래는 애가, 램스, 다니엘, 쾌지나, 신고산, 그리고 라비타.

12월쯤 자체 암보 연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대가 일수록 쉼표 숨표에 강하다. 쉼표는 감추어진 악보로써 빈칸이 아니라 다 연결 된 악보이며 작곡자의 의도가 있으므로 대가일수록 이를 잘 파악해 연주한다. 예레미아 애가의 4분음표 1박으로 한마디 채운 1/4박도 의도가 있는 장치이며, 쉬는 동안 에너지를 비축하여 팍!(sfz) 치고 나가라.

오페라형식의 곡은 레스타티보 부분과 아리아 부분이 자연스레 믹스 되어있는데 분위기 구분을 잘 하라.

테너의 하이 F# 음은 테너의 어려운 Break point 이다. 공교롭게 램스나 다니엘의 테너 F#음은 중요한 치유의 효과 음정, 회복의 음정이다. 잘 내야 한다. 주의하며 자신 있게 내라.



 

아카펠라는 소리의 잔향이 있어야 한다. 숨 쉬는 곳이 통일 되야 하며 끊어지지 않고 레가토 형식으로 연결이 되야 한다.

노래는 특히 민요는 In – Out를 잘 해야 한다. 악보 상 한 박자 표기일지라도 분위기에 따라 0.8박도 1.3박도 될 수 있다. 지휘자를 잘 보고 치고 빠져야 음악이 산다.

램스 곡의 Lambs 발음은 중요한 발음이니 비강도 사용하며 풍부하게 내라.

다니엘 노래는 제국이 세 번 바뀌고 왕이 네번이나 바뀌어도 총리로 계속 중용된 인재 다니엘의 위기와 극복신앙이 담긴 노래이니 배경을 이해하고 부르면 깊이가 산다.’

라는 지휘자님의 말씀은 늘 우리를 일류 음악대학의 전공학생이 된 듯 한 기분 좋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신다.



 

긴장 된 연습 시간 중간 중간에

어느 남성 단원이 여성 발성시간에 착각하여 소리 내자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나이이니 이해된다고 하셔서 한바탕 웃고,

테너의 하이 F# 소리는 내기 어려운 소리이니 듣는 단원들은 지갑에서 돈 꺼내시오 라고 하셔서 또 웃고,



그 음의 발음인 다니엘의 ‘That’ 부분을 갑자기 테너 한명씩 시키자 어떤 분은 ‘꽥~’ 어떤 분은 ‘땍~’ 어떤 분은 ‘퉷~’ 등으로 들리게 소리 내어 모두 뒤집어지게 웃고

테너 연마를 위해 후두부를 내리고 아침마다 ‘개발성’(^^횡경막 사용 발성)으로 멍멍멍 소리 내라고 해서 또 웃고,

연습 마치자 거의 동시에 ‘에구구구...’소리를 내서 다들 웃고...이렇게 연습이 끝났다.



 

우리 나이 때 쯤 되면 다 알게 되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성공이나 행복이란 것이 우연히 어느 날 큰 덩어리로 덜커덕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복들이 쌓여서 행복 덩어리가 되고,

소소한 성취감들이 모여 큰 성공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 해서 그 작은 재료들을 또 가득 만들었다.

오늘 연습시간이 힘들다. 아니. 즐겁다.

이 늦가을이 우울하다. 아니. 즐겁다.

계절이 익어 간다.

우리의 삶도 합창으로 무르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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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5

  • 2020-11-13 13:50
    숙제 참 잘했어요~!!! 당연히 A+입니다ㅋ 읽고 또 읽어도 감탄밖에 안나오네요~ 감사합니다~♡

  • 2020-11-13 15:21
    오늘도 100점. 어느 집단이나 성실하게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 역사가 남게 되는데 임서기님이 완전히 자리매김하셨네요.

  • 2020-11-13 21:39
    마치 현장에서 수업을 받는 느낌입니다.
    최고의 수업일지 입니다.
    먼훗날 청춘합창단을 떠나서 읽어봐도
    재미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0-11-16 12:26
    임서기님, 이번에도 꼼꼼히 두번 읽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2020-11-13 17:29
    영감친구가 정성으로 가져다준 배추로 김장을 담고
    허리가 뿌러지는거같은 고통을 느끼며
    일지를 보노라니 일국님말처럼 피곤해도 뿌듯한 행복감이
    느껴지네요. 재미있게 읽으며 쉬어갑니다
    임서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