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8일 수업일지 - 내게 남은 시간을 사랑하리라
작성자
likook
작성일
2020-11-19 13:48
조회
1311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폐렴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존시와 그녀를 위해 담장에 가을밤 찬바람 속에서 마지막 잎새를 그려 넣은 무명 원로화가 베어먼, 아이러니 하게 존시는 살아나지만 베어먼은 급성 폐렴으로 이틀 만에 죽게 된다는 애절한 내용...
이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 ‘시한부, 남겨진 시간’의 개념.
나중에 깨달은 것은, 오히려 시한부 삶은 폐렴환자 존시가 아니라 화가 베어먼 이었고 그는 남겨진 시간 동안 사랑의 이름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
... 누구나 사춘기 때 읽고는 한 두 번씩 잔잔한 눈물을 흘렸던 아련한 단편소설.
그 마지막 잎새가 생각 키워지는 즈음이다.
계절적으로도 한 해 동안 수고 했던 잎새들이 낙엽으로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심술궂은 코로나, 그 환자 수가 며칠 째 200명, 300명을 상회하기에 오늘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을 하게 되었고,
천신만고 끝에 재개 되었던 우리들의 정규 연습 시간이 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은 얼마나 남아있을까 라는 시간 위기감과
그러나 남겨진 단 한순간의 시간이라도 우리는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하리라는 비장한 마음이 교차되는 중에 우리는 연습장에 모이게 되었다.
이심전심 이랄까.
필수적인 방역 수칙은 당연히 준수하는 중에,
모두들 말을 아끼며 의연한 마음으로 서로 격려 하고, 진력을 다 해 연습을 한다.
그 모습 속에서 진정한 청춘합창단의 성숙성과 정체성을 진하게 느끼게 된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 라며 총무님께서는 열심을 종용하시고 단원들의 마음을 다독이신다.
지난 6월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 자격증을 따신 총무님, 벌써 100회 강의 횟수를 기록하신 명강사로 거듭나셨는데
강의료 많이 벌어서 청단에 큰 기부하는 큰 일군이 되시겠다고 공표하신다. 참 마음 고우신 분이다.
이 와중에 창단 후 십 년 가까이, 한 분은 무결석 개근 하시고 한 분은 단 한 번 만 결석하신
조석영 박찬열 부부 단원은 우리에게 커다란 모범적 용기로 다가온다.
두 분 존재 자체가 청단의 현재진행형 역사요 뿌리요 자랑이시다.
지휘자님도 두 분처럼 우리 모두 뿌리가 되자며 격려 하신다.
연습 전 신입오디션이 있었는데 오디션 소감으로 지휘자님은
“우리 평균보다 뛰어난 단원을 기대 하였는바 그런 단원을 찾기가 근래는 쉽지가 않다.
신입오디션 단원의 수준이 낮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 우리 평균 수준이 이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 말씀 하신다. 지휘자님은 단원들을 기분 좋게 하는 마술이 있다.(^^)
오늘 연습곡은
‘애가’ ‘램스’ ‘다니엘’ ‘쾌지나’ ‘라비타’
“좋은 합창단은 Sop. Bass의 외성도 좋지만 Alto와 Tenor의 내성이 튼튼한 합창단이다.
외성 연습 보다 내성 연습을 많이 확보한 합창단은 좋은 합창단이다.
영어가사 끝 발음을 할 때 k. t. f...등 자음을 살짝 달아주면 고급스러운 맛이 나게 된다.
He shall 발음은 ‘히 솰’로 Daniel 발음은 ‘대니얼’ 로 한다.
다니엘 곡은 깊은 절망부터 극한 감격까지 감정 폭이 큰 드라마틱한 곡이다. 감정을 이해하라.
쾌지나는 난이도가 높지만 베이스는 갖고 놀 정도가 되야 한다.”
등의 지휘자님 지도 말씀은 늘 우리 청단을 업그레이드 시키신다.
알토 파트 소리가 좋자 “아~주 조~아~~” 라는 혹자를 연상시키는 지휘자님의 억양 투로 웃고,
‘쾌지나’를 베이스가 못 가지고 놀면 간식 다시 뱉어 놓으시라는 말씀으로도 또 웃고,
갑자기 테너에게 공포의 솔로 시간을 부여하여 테너파트가 긴장도 하다가,
느닷없이 테너 이인필 단원에게 시범 솔로 희생제물을 시키셔서 또 웃고,
남성 단원의 라비타 발음이 엉키자 남성단원은 시간 내서 30분 먼저 와서 따로 연습 합니다 라고 해서 쑥스워하기도 하고,
매년 시행 하시던 공포?의 연말 오디션을 올 해에는 ‘안봅니다.’라는 말씀에
‘야호’와 ‘할렐루야’ 를 외치며 환호도 하고...
연습 말미에
“코로나로 연습 일정이 가변적일 지라도 연습 불씨는 살려야 한다.
개인 혹은 그룹 레슨 시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연습 폐업은 안된다.” 라는 지휘자님의 비장하신 말씀에 숙연해 지기도 하고...
이렇게 연습 시간이 지나갔다.
우리가 이제껏 난이도가 높았던 곡이 더러 있었으나 잘 소화해 낸 것처럼
지금의 난이도 높은 곡도 자꾸 부르니 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헤메던? 이태리곡 가사 부분을 자신 있게 흥얼거리며 귀가 계단을 오르는 단원도 보인다.
인터넷 뉴스를 살짝 보니 코로나 환자가 계속 300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온다.
부정적인 여러 생각이 교차하지만
우리 연주곡 중 ‘인생은 70부터’의 가사 중
‘내게 남은 시간을 사랑하리라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 하리’ 라는 내용처럼
얼마 이든 간에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리라 서로 다짐하며 귀가 길에 오른다.
부정을 넘어 긍정에너지를 일깨우는 가을 저녁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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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잎새를 읽으면서 눈물 흘렸던 기억도
새록 새록.
지휘자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으신
일국님 글솜씨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감사드립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Life goes on, Let's live 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