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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7일 수업일지 - 절정 단풍보다 더 아름다운...

작성자
likook
작성일
2020-10-30 00:43
조회
1111


문득 유명 여자배우이자 자원봉사가인 김혜자님이 쓰신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라는 글이 생각났다.

비록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미미한 존재라도 ‘인간’이기에 소중하고

그래서 ‘자연미’의 대표 격인 ‘꽃’일지라도 ‘인간미’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글...



오늘 연습장으로 향하면서 가을 풍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가을의 한복판, 코발트 하늘 아래 펼쳐진 절정의 단풍계절.

탄천변의 나뭇잎도, 양재대로의 가로수도 각양의 단풍 빛깔을 뿜어내며 몸짓 하고 있었고

그 아래를 지나는 우리들은 절정의 계절에 몸서리 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 깨달음이 있었으니

그것은 절정의 단풍 빛깔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이었고,

이는, 삶의 깊은 사연 있는 ‘인간’ 청춘합창단이 발현해 내고 있는 ‘합창 소리’ 라는 것이다.

연륜 있는 우리 ‘청춘’들이 내는 고품격의 앙상블의 아름다움을

단풍으로 비교를 하랴, 꽃으로 비교를 하랴...



맞다! 맞아!

우리는 이 청춘 ‘인간’들이 내는 소리 조화미에 취하여 창단 이후 지금까지 9년여를 달려온 것이다.

오늘도 이런 기대를 안고 삼삼오오 연습장에 모인다.



매 주 느끼는 그리움과 반가움은 더 이상 설명 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고.

총무님의 ‘결석 하지 마셔요, 정리하고 가셔요’라는 잔소리? 광고도 정겨움으로 들리고

목 건강 상 휴단을 하신 최승렬님의 소식도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몸살 중이라 조금 전 까지 결석 통고 했다가 깜짝 등장하신 현지원님,

지난 주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 회복중인 손은순님



한 회당 일백만원짜리 강의 수강도 포기하고 참석하신 황영희님,

멀리 해외?인 제주도에서 매 주 참석하시는 강유라님,



바쁜 가사일 중에도 부득불 따님까지 대동하고 참석하신 이애경님,

매 주 수업일정표를 깔끔이 인쇄하여 지휘자님과 반주자님에게 제공하시는 한규용님,



 

바쁜 병원진료일과 임에도 청단연습시간만은 엄수하시며 참석하시는 최규용님,

차비가 없어서(?) 수서역에서부터 걸어오신 전임택님(요즘 걷기 홀릭 중이심^^)

먼저 와서 수 십 개의 연습자리를 홀로 준비하신 총무님,



 

급작스럽게 테너 음정 모델로 데뷰 하시느라 진땀 흘리신 이인필님

그리고 말없이 뒤에서 섬기시는 파트장님 및 임원 분들....



그 외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숨은 기여들을 하시는 단원 분들...

모두 다 우리 합창단을 빛내는 보석 분들이다.



 

 

오늘 더욱 반가운 것은 최고령 배용자님께서 건강하신 모습으로 참석 하신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고령이라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느라 그간 오지 못하였고, 그러나 너무나 연습시간이 그리웠고 그래서 더 이상 못 참고 오늘 용기 있게 오셨노라’ 시는 배용자님...

더 건강해 보이시고 혈색도 좋아지셨고 더 귀여워(?)^^ 지셨는데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가웠다.



오늘 연습곡은

아카펠라 곡인 ‘예레미아 애가’ ‘램스’ ‘다니엘’

민요 편곡인 ‘신고산 타령’ ‘쾌지나 칭칭’

화려한 이태리 풍의 ‘라 비타’ 이었다.



아카펠라곡 정복은 지난 국제제주합창제 때에 모두가 절감한 교훈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합창단이 되려면 반드시 이를 넘어서야 하기에 음정을 사수하며 열심히 소리를 내었다.



 

지휘자님의

‘발성과 발음에 맟춰서 기계적으로 만들고 벽돌 쌓듯이 그대로 아름답게 부르는 것이 벨칸토 창법의 기본’이라는

벨칸토 창법과 음악사를 곁들인 해박한 설명은 어려운 이태리 곡 익힘의 깊이를 더해 주었고.

연세대 철학과 교수이셨던 김형석 교수님의 ‘백년을 살아보니...’를 언급하시며 엑기스 내용인

나이 들수록 건강한 사회적 ‘관계’와 ‘나눔’의 삶이 중요하다는 말씀은 청단의 정신 및 방향성과 걸 맞는 지침이 되었다.



‘측자음’(목 옆에 달라붙듯 내는 자음)이 외국 곡에 중요한 포인트이며,

포크레인으로 깊이 파듯이 깊이 있는 소리를(특히 베이스) 내라는 말씀도 귀담아 들었다.

최근 코로나로 힘든 상황과 연관된, 지휘자님의 곡 해석과 선곡 의도를 들으며 연습을 하니

벽처럼 느껴지던 외국 발음들도 한 소절 한 소절 씩 해 볼만 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아직도 ‘라 비타’ 곡등 외국곡을 부르면 혀가 꼬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로들 정체불명의 외계인 발음을 하면서 깔깔 거리고,

낯선 가사와 어려운 박자에 꼬여서 정신이 혼미해 져서 서로 웃음 짓고,



‘레꼬르달래’(기억해주소서) 라는 애절한 가사가 ‘뭘꿔달래?’ 소리처럼 들려서 또 웃고,

‘신고산 타령’ 가사 중 나무의 옛 어원인 ‘남근’ 발음이 야릇해서 또 웃고 웃고...

냉탕과 온탕 사이처럼 ‘정신 없네’와 ‘재밌네’ 사이를 오가며 연습시간은 흘러갔다.



오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몰입하는 중에

점차로 꽃보다 더 아름다운 고퀄리티 화음의 인간소리 합창이 되어가는 현장을 경험했다.

 

창 밖에는 절정의 단풍계절보다

더 아름다운

청단의 화음계절이 익어가고 있다.




 

전체 5

  • 2020-10-30 06:52
    한편의 수필집을 읽은것같은, 마음이 꽉차는 힐링일지 고맙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주는 자상함에
    감동입니다.
    청춘합창단 화이팅!!!

  • 2020-11-03 15:15
    멋진사진과 알찬 내용의글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간직될귀한 자료입니다.

  • 2020-10-30 08:10
    임서기님, 대한민국 합장단 중 최고의 수업일지를
    매번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업하시랴 사진 찍으시랴, 메모하시랴, 글 올리시랴 긴장되고 분주하실텐데 ...읽는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감동을 주셔서 또 한번감사드립니다.

  • 2020-11-03 15:16
    멋진사진과 알찬 내용의글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간직될귀한 자료입니다.

  • 2020-10-30 09:02
    한순간도 놓지지 않고 어쩜이리도 꼼꼼하고 예쁘게 일지를 쓰시는지... 감탄할뿐입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화음 맞추는 그순간의 감동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서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