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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이 불가능한 학과목 - 合唱(조석영님 글)

작성자
bearkim
작성일
2022-01-03 09:49
조회
516


내가 홀로 노래하는 솔로우 싱어가 아니라면,

뚜엣부터 트리오 퀄테트 퀸테트 섹스테트 중창 합창에 이르기까지
내가 노래하며 수행해야 하는 주된 기능이 바로 함께 노래하는 동료의 소리를 듣는 작업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뚜엣부터 어떤 합창까지도 성립되지 못한다.

무릇,
더불어 함께 노래부름의 기본 아이디어는 소리 크기의 산술적 합계가 아니고
소리 컬러의 교합이며, 동시에 총량을 순간적으로 조절 동조하는 극히 섬세하고도 오묘한 즉흥 조정작업이다.

그러므로 이 학과목은 절대로 비대면수업으로 대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음원이 만들어져 배포되고 각 파트의 단원 각자가 그 음원을 완벽하게 자율학습하고 암보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다 해도,

만약 내가 동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이미 그것은 ' 함께 노래하는 체계 ' 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동료의 목소리가 없으니 내 목소리를 그에 응해서 얹어 섞는 케미컬이 성립되지 못하고 만다.

그러기에 합창과목은
한 장소에 같이 모여 서로 같은 파트의 동료와 이웃 파트의 소리 전체를 아우르며 소리의 변화를 현재 진행형으로 반응하며 수행하는 매우 섬세한 chemical laboratory이기도 하다.

수많은 실험 뒤에 온전한 학술이론이 성립되듯이
합창 또한 이 섬세한 실험실에서 때로는 A를 강조하거나 때로는 B를 감소시키면서 미묘한 사운드를 도출해내는 반복 수고와 집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감동의 합창곡은 이렇게 섬세한 작업과 실험과 조정과정을 완벽하게 거쳐야 탄생한다.

11년전 온 국민을 감동시키며 혜성처럼 탄생한 우리 합창단이 10주년 기념공연을 열며 그날의 우리가 여러분의 성원으로 이토록 성장했습니다 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무대가 9월로 다가오고 있다.

새해가 밝았다.
나 하나쯤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기를 빈다.

올해만이라도 한번 몸을 던져 ' 합창바보 '가 될 수는 없을까?
지난 10년동안 단 네번 결석한 나로서는 매우 쉬운일처럼 보인다.
근무날이라 불가피하게 결석했던 지난주 수요일의 인천초청공연까지 합치면 내 결석일 수는 5회가 되지만, 그 공연도 당초의 계획대로 12/11(토) 열렸더라면 아마 하늘이 두쪽 났어도 내가 그 무대에 있었을 것이다.

우리 단원 모두는 자원봉사자이다.
내가 이 합창단에서 활동함으로서 금전적인 소득은 기대하지 못하지만, 내가 평생 에너지를 얻으며 보람을 찾는 일을 통해 이 세상 도처에서 감동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 큰 축복이며 은총이 아닐까?

자원봉사자는 출석 독려나 독촉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운 마음으로 출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나 자신은 출석하기가 싫거나 꺼려지는데 누군가의 독려가 있어서 마지 못해 출석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가 진정한 volunteer가 아니라는 점이다.

2022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시작하며 바라는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모두가 용맹스럽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입단초기의 각오와 기백을 또렷하게 살려나가자.

내일부터 우리의 즐거운 합창수업이 열린다. 모든 일 제쳐두고 모이자.
그리고 곧 이어 입단할 새 얼굴도 반갑게 맞아들이자.

내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장소는 둔촌동 코리아팝스오케스트라 건물 4층.